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 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 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 사막의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는 ..
섬이 그리운 것은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섬과 섬 사이의 바다와 나와 섬 사이에 있는 바다는 다르다 섬이 섬을 보는 것과 내가 섬을 보는 것은 다르다 섬은 아무런 그리움이 없이 섬을 본다 나는 생각을 가지고 섬을 본다 그대여 나는 한때 섬처럼 그대를 그리워했다 항상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그대여 나는 왜 그대가 되지 못했을까 그대가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는 왜 항상 나의 생각만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대여 바다가 섬에 스미듯 이제 나는 그대에게 스민다 달빛이 바다에 와 저의 색을 버리고 푸르게 빛나듯 그대의 섬, 그대를 바라보기에 아주 적당한 거리에서 나도 하나의 작은 섬이 되고 싶다 그대가 되고 싶다 『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라 하네』,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