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인간적인 것이다." - 삶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고 모든 생명체는 모두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언젠가 우리는 모두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다. - 가만히 있는 것보단 사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사랑할 것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길을 떠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 역시 정말로 죽고 싶지 않다. 이런 세상에 미련이 없다는 말은 본심이 아니었다. 역시 이 세상이 그립다. 이제 와서 아무 소용이 없다면 영혼만이라도 이 세상 어딘가를 떠돌고 싶다. 가능하다면 누군가의 기억 속에라도 남고 싶다. 26년이 거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지극히 짧은 시간..

- 이제 독수리와 하늘을 나는 백일몽 같은 건 꾸지 않는다. 진흙을 파서 저녁거리를 장만해야 하는 아이는 상상력이 납작해져 빨리 어른이 되나보다. 엄마의 선드레스는 이제 품이 낙낙하게 맞았고 기장도 무릎 바로 아래로 떨어졌다. 엄마 키를 따라잡고도 남은 모양이었다. - 한때 자신만만하고 핸섬하고 늘씬했던 제이크는 이제 초라하게 전락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당할 수 없어 술을 마셨다. 습지에서 싸움판을 벌이고 술을 마시고 욕을 퍼붓는 도망자들과 어울리는 건, 이제까지 제이크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쉬웟다. - 타인의 기척을 기다리지 않는 건 해방이었다. - 왜 상처받은사람들이, 아직도 피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 보트를 타고 출발하면서 카야는 다시는 이 모래톱을 보지..

- "그때는 오빠가 잘되면 우리도 괜찮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지금 돌아보니 내가 잘 되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혜원 씨는 "남자들만의 문화를 불편하지 않게 넘기는 여자 직원이 되는 것이 조직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믿었다. - 재밌게 살고, 힘들게 살지 마. 살아보니까 인생이... 그렇게 길지가 않아. - 차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워졌을 뿐이다. - 남이 하는 건 다 배워놔야 해요. 그래야 급할 적에 사용할 수 있거든. - 저는 제가 명함이에요. 제 자신이.... 23.11.13.~23.11.26. 밀리의 서재에서 읽음 책은 호로록 읽었던 것 같고. 격동의 시기를 버텨 오늘까지 살아내온, 명함없이 일만 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제목에서 예상되는 무엇이 있다면 바로 그 이야기지..

p56 사실 누군가에 대해 편견을 갖는 건 엄청나게 눈치를 보는 일이다. 한국인은 일본, 중국, 미국에 대한 민족주의적인 반감이 크기 때문에 편견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본다. 여성혐오자만큼 여성이 뭘 입고 다니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눈여겨보는 이도 없고, 동성애 혐오자만큼 남이 누구와 어떤 체위로 사랑을 나누는지 따지는 이도 없다. 편협한 집단주의의 울타리에 갇혀서 타자에 대한 편견을 양산할수록 눈치를 많이 보고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p138 나의 자유는 결국 나의 일상적 퍼포먼스가 얼마나 해방적이냐에 달렸다. 그리고 그 퍼포먼스의 의미는 나의 의도가 아닌 사회문화적 구조가 정의한다. 아무리 자유로운 행위도 특권이라면 해방적이지 못하다. 면도와 채식은 그래서 내게 일맥상통한다. 매일 아침, 하루 세 ..

p29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생활 환경으로는 가혹하다는 의미입니다. 바다도 산도 숲도 강도 그것이 아름다울수록 일단 비위를 건드렸을 때에는 본색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p43 여하튼 나이만 먹어 가는 후반 인생을 시골에서 보내려면 그에 상응하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거의 야생동물의 최후 같은 죽음을, 말하자면 길에서 쓰러져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결의는 가져야 할 것입니다. p75 시골 행정 관계자는 대부분 환경문제에 둔감합니다. 요즘 들어서야 아주 그럴싸한 말을 하지만 마음속은 그 반대입니다. 위험을 약간 감수하더라도 돈이 들어오면 그걸로 족하다는 것이 본심일 것입니다. 위험한 공장이나 업자를 끌어들여..

p30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력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p81 나는 좋아하는 록 밴드의 새 음반이 나올 때마다 언니에게 강제로 들려주며 "좋지? 좋지?"를 연발하곤 했다. 그러면 음악 취향이 나와 사뭇 다른 언니는 마지못해 몇 초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좋네" 짧게 한마디하며 수긍해주곤 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몰상식한 짓을 몇 년이..

p127 어느 날, 라디오 방송에 게스트로 나갔을 때 "낯을 가립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돌연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것이 마치 병인 듯, 도저히 손쓸 방법이 없는 일처럼 말하는 스스로에게 약간 화가 났다. 그때까지 상대에게 사랑받고 싶다, 미움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소통하기를 포기했다. 소통에 실패해 버리면 거기에서 인간관계를 배우고 성장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걸 상대에게 "낯을 가려서......."라고 마치 피해자인 양 말하는 것은 "나는 소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인간이니 그쪽에서 조심하쇼."라고 대놓고 낯부끄러운 선언을 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몇 년 전부터 낯을 가린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마음의 문을 늘 활짝 열어 두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아한다고 알리고자..

p39 학력저하의 위기적 요소 중 하나는 앞서 설명했듯이, 아이들이 스스로 학력이 없다거나 영어단어를 모른다거나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한다는 것을 조금은 자각하고 있어도 '그 사실을 특별히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나로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 가지밖에 없다. 그들은 '자기가 모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p53 문제는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사는 사람'이라는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사는 사람입니다"하고 자신을 설정하면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어엿한 한 사람의 선수로 시장에 참가하도록 허락된다. 이 경험이 가져다주는 짜릿한 쾌감은 매우 중요하다. 어린 아이가 ..

p22 나는 사람들이 '국가'나 '국익'이라는 '큰 이야기'로 회수되어가는 상황 속에서 영화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큰 이야기'(오른쪽이든 왼쪽이든)에 맞서 그 이야기를 상대화할 다양한 '작은 이야기'를 계속 내놓는 것이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해왔다. 그 자세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여기서 새삼 선언해두고 싶다. p23 작품에서 만든 이의 어떤 메시지를 수신해 그것을 확산하는 일이 자기네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이지 성가시다. 본인들은 대단히 진지하며 어쩌면 경향적으로는 나와 비슷한 사상과 신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작품을 메시지를 옮겨 나르는 그릇으로만 보는 태도에서는 작품을 매개로 풍성한 커뮤니케이션이 확산되는 일은 아마 바..

p16 이제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매달리는 걸 그만두고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일을 생각할 때다. 완벽한 일터란 없다. 따라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다 근원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에 있다. 결국 개인의 실천 습관이 우리 일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정확히 꼬집어 말하자면, 아이디어의 실현을 좌우하는 요소는 올바른 루틴의 보유 여부,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역량, 그리고 업무 습관을 체계적으로 최적화하는 능력이다. p74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걷기 같은 매우 자동적인 행위를 할 때만 멀티태스킹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의식적인 집중을 요하는 행위인 경우, 실제 이루어지는 현상은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요구 사항을 놓고 마음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작업 전환' 과정일 뿐이다. 마치 두 가지 이상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