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5. 27. 전날 본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의 알록달록한 감동을 잊지 못해서 뭘 볼까 하다가 봤는데, 역시 알록달록한 감동을 받았다. 물론 느낌은 매우 다름.. 오프닝 좋았고, 배경이 캔자스에서 오즈로 바뀌면서 4:3 흑백화면에서 16:9(일까?) 와이드 컬러화면으로 화면이 바뀌는데 이것도 좋았다. 오즈가 매우 화려하고 화려하고 화려하다. 일단 이야기의 배경은 도로시가 오즈로 가기 전이니까 오즈의 마법사 프리퀄쯤 되는 듯하다. 그리고 이야기 진행은 매우 클리셰이며 명확한 교훈을 가지고 있다: 너는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란다! 근데 에바노라 언니.. 언니 예뻐요.. 왜 자꾸 글린다 언니한테 외모가지고 막 그래요... 언니 안 꿀려요.... 이러면서 봤는데 이 역시 클리셰였던..
2021. 05. 26. 몇 년째(?) 벼르기만 하던 영화를 충동적으로 봤다. 왜냐하면 문화가 있는 날이었으니까, 는 그냥 문화가 있는 날에 영화관을 갔어야 했는데 귀찮았어.. 배경이나 내용은 밝음이 1 정도밖에 없지만(그정도는 되지 않을까?) 화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예뻤다. 장면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곧 맥스 달튼의 전시를 보러 갈 예정인데 기대된다. 내용은 음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의 유산에 얽힌 피 튀기는 싸움이 시작되고, 피도 나오고.. 사람도 죽고.. 시대적 배경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어드메쯤인 것 같다. 군인들 나오고 파시즘 어쩌구 나오고 제로의 배경도 그렇고 예쁜 화면과 그렇지 못한 내용.. 무튼 재미있게 봤다. 쓰다보니 뭔가 코요태 노래 같네. 슬픈..
메가박스 송파파크하비오 2021. 04. 28. 노매드랜드라고 해서 mad 어쩌구 그런 뜻인가 했는데 nomad였다... 노마드라고 하면 어딘지 여유롭고 낭만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아마 미디어의 영향이지 싶고. 특히 근래에는 디지털노마드라고 노트북 하나만 챙겨서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 돌아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을 담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 영화는 그런 낭만적인(?) 유랑생활에 대한 건 아니고 정착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각자의 어떤 사정으로 캠핑카 한 대에 모든 것을 싣고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나오는 외롭고 쓸쓸하고 고단하지만 때로는 자유로운, 부유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도 마지막엔 펀이 조금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 ..
메가박스 코엑스 2021. 04. 08. 패왕별희 하면 경극분장 한 모습만 항상 생각났지 영화는 제대로 본게 처음인데, 세 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것 같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일단 중국의 혼란했던 1900년대를 알아야 한다. 아직 청나라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군벌시대에서 국민당 집권 이후 중일전쟁과 일본군이 점령했던 시기를 지나 공산당 집권 그리고 문화혁명을 지나오는 정말로 혼란한 격동의 시대였는데, 그 시기가 이 영화 한 편에 모두 담겨 있어서 그걸 전혀 모르고 영화를 보게 되면 이게 대체 뭔지 모르겠다 하고 배우들 얼굴만 보다가 나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경극도 이전엔 개그프로에서 희화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경극 패왕별희를 보고 싶다..
메가박스 송파파크하비오 2021. 03. 10. with 엄마 영화 본지 얼추 두 달이나 지났다니 음 기억나는 것이 많지 않지만 일단 적어본다. 보는 동안 제일 많이 든 생각은 '사는게 참 고단하다'였고, 나오면서 생각한 건 '미나리 팔아서 성공하는 줄!'이었고. 불이 타들어갈 때 화면 밖에서 보는 내 마음도 같이 타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운수 좋은 날」 같기도 하네. 나는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민자의 삶 보다도, 가장의 마음과 딸의 마음으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마음 속에 이야기가 꽉 차 있는데 어떻게 꺼내야 할지, 어떻게 문장으로 만들어 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그냥 나에게는 참으로 고단했던 영화라고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