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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5

우리는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p357

나의 주된 두 가지 결론은, 기술이란 어느 영웅의 개별적인 행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누적된 행동을 통해 발전한다는 것, 그리고 기술이란 대개 어떤 필요를 미리 내다보고 발명되는 것이 아니라 발명된 이후에 그 용도가 새로 발견된다는 것이다. 

 

p360

타이핑된 문서라면 거의 다 그렇듯이 이 책도 역시 '쿼티QWERTY 자판(윗줄 왼쪽의 여섯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으로 타이핑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같은 자판 배열은 1873년에 역공학의 산물로 태어났다. 즉, 온갖 수단을 다발휘하여 타이핑 속도를 최대한 늦추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를테면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들을 자판의 각 줄에 두루 흩어 놓았고 주로 왼쪽으로 몰아 놓았다(이렇게 되면 오른손잡이들이 서투른 왼손을 쓸 수밖에 없음). 이렇게 일견 비생산적인 듯한 자판을 설계한 이유는, 1873년 당시의 타자기는 인접한 글자들을 연달아 빠르게 치면 글쇠들이 엉켜 버렸으므로 제조업자들이 타자수들의 타이핑 속도를 늦춰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타자기가 개선되어 이 엉키는 문제가 해결되었다. 

1932년에 능률적으로 다시 배열된 자판을 시험해 본 결과 타이핑 속도는 두 배나 빨라지고 타이핑에 드는 힘은 95%나 감소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쿼티 자판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뒤였다. 그 동안 쿼티 자판을 사용하던 수억의 타자수, 타자 교사, 타자기와 컴퓨터의 제조업자 및 판매원 등의 기득권 때문에 그로부터 6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자판의 능률을 추구하는 움직임들은 계속 좌절당하고 있는 것이다.

 

p403

이데올로기나 종교는 사람들에게 유전적인 이기심을 떠나서 타인을 위해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사회 구성원 몇 명이 싸움터에서 전사함으로써 전체 사회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다른 사회를 정복하거나 공격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p464

우리가 지금 원주민들을 사막에 사는 사람들로 생각하고 있는 이유는 유럽인들이 살기 가장 좋은 지역의 원주민들을 모조리 죽이거나 몰아내서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탐내지 않았던 지역에만 간신히 남았기 때문이다.

 

p591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리적, 생물지리학적 우연(특히 두 대륙의 면적, 축의 방향, 야생 동식물 등)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적 궤적이 달라진 것은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p654

이러한 결론은 일본과 한국, 양국이 최근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탓에 어디에서도 인기를 끌 만한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양국의 지난 역사는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했다. 아랍인과 유대인의 경우처럼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피를 나누었으면서도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왔다. 하지만 동아시아와 중동에서의 이러한 반목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수긍하기 힘들겠지만, 그들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읽은 날: 2021.05.25.~2021.07.06.

책모임: 2021.06.06., 2021.07.04.

 

 

2014년판이니까 그쯤 샀던 것 같은데 그동안 묵혀놓기만 하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읽기 전에 겁먹었던 것에 비하면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가서 원주민들을 학살한 이야기를 보면서 남의 땅에 함부로 마음대로 들어가서 사람을 수없이 죽이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들에 너무 화가 났다. 그런데 한편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은 사회가 있었던가. 인류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힘 있는 쪽에서 힘 없는 쪽을 죽여왔던 것이 아닌가. 다만 너무나 일방적인 전투였기 때문에 분한 마음이 든 것이었을까 싶었다. 아무런 준비되지 않은, 혹은 호의를 가지고 대하려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말살해버린 것이 너무 억울한 것이다. 그러나 동등한 전투력으로 싸워서 진 쪽이 몰살당했다면 괜찮았을까? 아니면 죽이지는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중국과 유럽의 문명 발달의 차이에 대한 부분에서 '유럽의 만성적 분열과 중국의 만성적 통일' 이라는 소제목이 있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유럽은 여러 국가로 분열되어 서로 경쟁해왔고 중국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어 통합을 중요하게 여겨왔는데(그래서 지금까지도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그 난리를..) 그렇게 생각해보면 역시 발전을 위해서는 적당한 갈등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은 참 옛날부터 중국스러웠구나 뭐 그런 생각이.. 그 큰 땅덩이를 그 옛날부터 하나의 나라로(물론 항상 그랬던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랬으니까) 유지해왔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비결이 대체 뭐여..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다 읽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