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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

나는 내 삶조차 통제하지 못햇던 사람이었다. 많은 물건을 가졌지만 어느 것 하나 소중하게 대하지 못한 나는 부유하지 않았다.

 

p13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생각이 든 순간 떠난다. 나의 충동과 본능을 외면하지 않는다. 항상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 순간의 기분과 행복을 추구할 자유다.

 

p15

삶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가끔은 일상의 흐름을 역주행하는 것이다.

 

p17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애초에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이유란 주어진 시간을 풍족하게 누리며 사는 것 아닌가. 

시간은 곧 자유다. 시간이 없는 자는 자유를 박탈당한 노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라는 자유조차 정당하게 원하는 대로 누릴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 무시된 격이다.

의문을 가져야 한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건지? 자아발전이 행복을 준다면, 적당한 선에서 멈춰도 죄책감 따위 없어야 한다. 반드시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없다. 특별히 무언가 열심히 하지 않는 삶도 그런 대로 괜찮은 삶이다.

 

p41

우리의 공간은 자신의 생활 방식을 반영한다. 그리고 생활 방식과 소유한 물건은 닮는다. 필요한 물건은 이미 다 갖추고 있다. 살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그건 단지 게을러서일 때가 많다.

 

p55

완벽할 필요는 없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지킨다면, 모순일 수밖에 없는 과도기에 접어들어 종종 넘어지고 실수할지라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신념과 행동이 언제나 100퍼센트 일치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내 마음가짐이다. 본능과 욕구만 충족하며 있는 대로 마구잡이로 살아가는 게 아닌, 경각심을 가지고 항상 스스로 경계하면서 감독, 관리하며 생활하는 내 태도를 옳고 그름의 지표로 삼는다. 주어진 선택지 중에 내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을 택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다고 칭찬해줘도 된다.

 

p99

본질을 파악하는 안목은 효율만을 중시하는 단조로움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홍수 속에서 집중해야 할 단 하나의 중요한 가치를 보는 통찰력이다. 평범함 속 특별함을 발견하는 눈이 본질을 보는 능력이다. 

 

p106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도,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눈에 담는 풍경이 달라진다.

 

p111

나는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경계하고 조금 멀찍이 떨어진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친해질수록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이다. 이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은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그러나 소중한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본능을 좇아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고 표현하다보면, 상대방의 마음도 보이지 않고, 어느새 내 마음조차도 헤아릴 수 없게 된다. 서운하고 상처받고 화나고 슬픈 날이 많아지면서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날로 커진다. 그리고 매번 실망한다.

 

p112

상대방은 어쩌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소중하게 나를 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말과 행동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다. 관계를 지키고자 하는 강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지, 이 거리는 절대 거절의 신호가 아니다. 성급함은 모든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p113

삶에서 선택해야 할 단 한 가지 삶의 지혜가 있다면, 그것 또한 '조언하지 말 것'이다. 조언을 실질적으로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언을 구한다는 포장을 둘렀지만, 사실상 답이 정해진 하소연을 하고 싶을 뿐이다. 

(중략)

이루고 싶은 사람은 어떤 장애물 앞에서도 이루게 돼 있고, 간절하지 않은 사람은 사방에서 도움을 줘도 도달할 수 없다. 의지는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스스로 모색한다. 

(중략)

답이 정해져 있는 하소연에는 그냥 공감만 해주면 된다. 이미 여정에 올라 극복하는 과정에 있거나, 꿈을 이루는 중인 사람이라면 곁에서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걸로 충분하다.

 

p118

현대 사회는 취향을 강요한다. 북유럽풍 인테리어, 아일랜드식 테이블, 이케아 스타일, 미니멀 디자인... 삶의 방식과 지역을 칼로 잘라, 개인의 취향을 재단하고 분류해서 소비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맞춤형으로 디자인해서 판매한다. 트렌드를 만들고 스타일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p134

어차피 입는 옷은 늘 정해져 있다.

 

p140

매일 다른 요리를 먹어야 한다는 건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트렌드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는 것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늘 레시피를 찾고 다양한 요리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게 된다. 나는 선택과 고민에 대한 열정을 모두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투자하고 싶다. 무엇을 먹고 입고는 내게 크게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p144

생활을 대하는 태도를 가볍고 단순하게 만들면 수만 가지의 선택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자질구레한 선택이 사라지면, 더 큰 선택 앞에서 아껴놨던 신중함과 집중을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선택이 너무도 쉽고, 선택 후 돌아서서 후회하는 일도 없다. 설령 더 나은 선택이 있었다한들, 그 당시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최선이라 여기며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돌아가서 더 나아 보이는 선택을 한들, 또 다른 후회와 미련은 남는다.

이제 내게 하루 동안 내려야 할 결정은 매우 한정적이다. 선택의 기로에서도 잘 망설이지 않는다. 물건을 사는 기준은 누구보다 명확하고, 어떤 일과 행동을 가르는 기준은 오로지 나의 행복이다.

 

 

 

읽은 날: 2021.02.13.

 

누군가가 취향에 대해 글을 올리면서 인용한 문장 때문에 읽어보게 되었는데,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나의 오랜 동경에 불이 붙었다.

정리되지 않은 방에 마음도 산란하기가 벌써 몇 년 째인지 모르고 살고 있었는데 이젠 정말 움직여야겠다.

<- 일단 시작하고 다시 말하자..

 

'미니멀 라이프란 이런 것이다'가 아니라 '나는 이런 방식으로 미니멀하게 살고 있다'고 말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참, 저자가 책을 한 번에 한 권씩 읽고, 한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으로 독서법이 바뀌었다면서 이게 더 효과적이라고 하니 언젠가부터 책을 읽어도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고 내가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 싶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렸을 때는 책을 읽을 때 한 권 잡으면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는데, 그것도 보통은 책장을 넘기다가 아무데나 눈에 들어오는 데부터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책을 읽는 버릇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책 한 권을 한 자리에서 한 번 이상 읽었다. 그리고 읽은 책 또 읽기가 취미였다고 할까... 좋아하는 책은 몇 번씩 다시 읽고 그랬는데, 그래서 그런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 중에는 아직도 장면이나 문장이 기억나는 책들도 있다.

그랬는데 언젠가부터 책을 꼭 첫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해서 중간에 여러 번 나누어서 읽고, 동시에 이 책 저 책 여러 권을 같이 읽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방금 읽은 내용이 생각이 잘 안 나고 내가 뭘 읽었는지 모르게 되었나 싶었다. 읽는 순간에는 '오 이거 정말 좋다'한 부분들도 책장을 덮고 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뭐 어떤 방법이 좋고 나쁘다기보다, 여러 권 동시에 읽어도 내용 이해가 빠르고 기억을 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보다 하는 때늦은 깨달음이랄까.

 

음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