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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사진전: THE LAST PRINT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2021. 05. 24. 

 

 

얼리버드 예매해놓고 잊어버릴뻔했다 헉헉

 

사진은 어떤 한 순간을 영원히 박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보도사진은 특히 그런 것 같다.

아름답지 못한 삶의 순간들 마저도 고정시켜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해준달까.

 

오디오클립으로 제공하는 해설을 들으면서 사진을 보았는데, 그중에 한 가지, 내 눈으로 볼 때는 한 순간 한 사람의 얼굴만 볼 수 있지만 사진을 통해서는 그 순간 사진에 담긴 모든 이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기억에 남았다. 

그동안 딱히 생각해보지 않아서였는지 당연한 말인데도 왠지 와 닿아서 그 사진을 천천히 뜯어 보았다.

아이들이 모여 인형극을 보는 순간이 담겨 있었는데, 웃는 아이, 응원하는 아이, 찡그린 아이, 소리지르는 아이, 사진속의 많은 아이들이 모두 제각각 다른 모습, 다른 표정이었다.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나는 누구를 보고 있었을까.

사진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안에서도 내 눈에 미처 담을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사진을 찍다보면 예쁜 모습만 담으려고 할 때가 있다. 보기에 좋은 것만 보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그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좋지 않은 것을 제대로 보아야 좋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

아래에 전쟁 섹션에 있었던 글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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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에 스페인과 중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취재하여 보도한 <라이프>지의 사진과 기사를 접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지금까지 이와 같은 사진을 본 적이 없었기에 죽음과 공포, 그리고 전사자나 부상병의 비참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고 편집부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항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당시 <라이프>지 입장은 전쟁을 기록하는 뉴스 혹은 저널리즘의 한계와 그 가치를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이 두 개의 전쟁에서 취재한 사진을 무시하거나 없애버릴 수 없었다. 그것들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서 편집자의 방침이나 독자의 결백성보다 무거운 권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그 사진들을 제한된 지면에 보다 사실에 가깝게 보일 수 있도록 선택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 사건 자체는 결코 아름다운 것이 못된다. 중요한 것은 전쟁이 일어날 때 사물이나 인간들이 파괴되고 죽는다는 사실이다. 가장 뛰어난 사진도 전쟁이 만들어내는 무서움과 추악함을 모두 표현할 수 없다. 피, 육체, 폭력, 파괴의 일부는 보여줄 수 있지만 인간을 죽이겠다는 의지, 아니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든지 살아남아야겠다는 격렬한 의지, 길고 외로운 아픔, 전쟁을 통해서 흐르고 있는 인간의 비통한 감정 같은 것은 기록될 수 없다. 어떤 뛰어난 전쟁 사진도 병사들이 질러대는 고통과 죽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염원했던 생의 의지를 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화를 갈구하는 마음은 전쟁의 공포를 딛고 선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또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한다. 그것을 알아야만 전쟁이 없을 때의 사회적인 이익과 인간이 누리는 행복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또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의 모습과 그 이유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면 죽은 사람은 죽었어도 결코 죽지 못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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