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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읽기

삶의 발명_정혜윤

studioH 2024. 1. 2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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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인간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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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고 모든 생명체는 모두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언젠가 우리는 모두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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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는 것보단 사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사랑할 것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길을 떠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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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말로 죽고 싶지 않다. 이런 세상에 미련이 없다는 말은 본심이 아니었다. 역시 이 세상이 그립다. 이제 와서 아무 소용이 없다면 영혼만이라도 이 세상 어딘가를 떠돌고 싶다. 가능하다면 누군가의 기억 속에라도 남고 싶다. 26년이 거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지극히 짧은 시간이라고 할 만하다. 이 짧은 일생 동안 무엇을 했는가. 완전히 나를 잊고 있었다. 모든 것이 흉내와 허망. 왜 좀 더 잘 살지 않았던가? 자신의 것이라고 할 만한 삶을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 친구야! 아우야! 자신의 지혜와 사상을 가져라. 나는 지금 죽음을 앞에 두고 나의 것이 거의 없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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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죽을 사람에게 놀랄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런데 있었다. 고통도 진짜, 두려움도 진짜, 죽음도 진짜. 그런데 삶은 가짜였다면?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면'? 정말 그랬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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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삶이란, 설명할 수 없이 신비로운 것이다. 망자들은 아무것도 모를 것이므로. 그러나 망자들은 늘 우리를 생각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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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이 부조리인지 알게 된 뒤에는 그것에 맞서 지속적으로 싸웠다. 듣는 사람이 거의 없어도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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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이 살기 위해서라도 세계에 대한 앎이 바뀌어야 한다. 세상을 이전과는 다르게 알아야 한다. 알았던 것을 잊어버려야 한다. 다행히 어떤 앎은 지도다. 새로운 앎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새로운 삶을 살게 한다.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알게 되어야 가능성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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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가는 유족들이 무력한 희생자이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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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살려내지 못한 것이 한이라서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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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해가 뜨자 두리가 결심을 했다. 두리는 크게 한 번 울고는 날개를 크게 펄럭이면서 먼 하늘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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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절대로 자기 홀로 창조적이지 않다. 자율성에는 한계가 있고 세상에 나와는 다른 생각,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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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고 싶다는 것은 우리 모두 열망하는 감정이지만 외롭지 않기는 무척 어렵다. 우리가 외롭기를 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으므로. 무관심, 무책임, 외면, 조롱, 무시, 냉소, 혐오가 많다면 그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쉽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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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남아 이 모습을 지켜보는 마지막 매머드였따면 내 종족은 멸종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왜 하필이면 내가 살아남았을까 묻고 밤에 몰래 내 조상들과 형제들의 뼈를 다시 묻었을 것이다. 내 동족들을 다시 신비로운 이야기, 공룡처럼 어린 아이들이 밤에 소곤거리는 무서운 이야기, 광활한 상상력의 이야기 속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살아남은 이유일 테니까.

 

 

 

23.11.11.~23.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