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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소속감_김응준

studioH 2019. 9. 29. 13:58

 

 

어떤 조직에 들어간다는 것은, 내가 조직에 맞추는 것뿐 아니라 조직도 나에게 맞추는 것이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그렇듯이 개인과 조직의 관계도 쌍방의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개인에 비해 조직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사실은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조직 앞에 개인은 무력하기 쉽지만, 그 덩치를 생각해 보면 쉽게 바뀌는 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혼란과 혼돈의 도가니가 되겠지.

 

소속감 (所屬感) [소ː속깜] 

[명사]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

*네이버 국어사전

 

사전에는 참 쉽게 설명이 되어있는데, 생각을 하다 보니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라는 것이 참 모호한 것 같다.

내가 어떤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소속감이 있어서인가, 없어서인가?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속해있기 때문이고, 그건 내가 거기 속해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 아닌가.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조직에 속해있기 때문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사실일 뿐 그러한 느낌은 다른 것인가?

소속감이란 내가 속한 조직에 자부심을 가지고 내가 그 구성원이라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부족한 것 같고, 내가 조직의 기존 구성원들에게 같은 조직원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황희 정승이 되어버린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그것도 맞고. 무엇이든지 원래 한 가지로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여하튼 생각해보니 살면서 딱히 그러한 소속감을 가져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초중고 학생 때나 그랬을까?

그 이후 내가 속했던 조직들에 대해 만족이나 자부심을 느껴본 적도 없고, 오히려 부끄러웠던 적은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그럴 것도 아니었지만. 다 부질없다. 음.. 2년에 한 번씩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소속감.)

어쨌거나 학교든, 회사든, 동아리든, 혹은 다른 모임이든 어떤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려면 기본적으로 그 조직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 하는데 그 애착이라는 게 생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

조직 안에서의 책임감이라면 많이 있음. (망할)

 

제목에서 기대했던 책은 아니었다. 조금.. 일기 같달까. '(사회적인) 개인주의자의 국가직 공무원 생활기' 정도..?

내가 기대한 것은 '소속감'을 강요하는 꽉 막힌 관료주의 조직에 대한 비판 같은 거였는데, 그런 것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작가 본인이 계속 조직에 속해있는 것을 못 견디는 성격이라고 말하는데, 글 내용도 그렇고 이미 4년차 공무원이라는 것에서 본인 말만큼 못견디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작가님 사회화되신 것 같아요...

 

나야말로 사회성 없기로 뒤처지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수년간의 회사생활로 이제 어느 정도 사회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물어보는 형식적 안부인사를 이해할 수 없는 사회초년생이었는데 이젠 내가 먼저 시간대별 형식적인 인사를 준비해서 때마다 던지고 있으니. '주말 잘 쉬셨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심지어 업무차 만나는 낯선 사람이나 처음 만나는 친구의 친구와 있어도 대화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미숙한 부분이 많지만 사람들이 잘 눈치채지는 못하는 것 같음.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개인이 조직에 맞추기를 바라는 것만큼 조직도 개인을 생각해준다면 소속감을 갖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조직이 개인을 생각해주는 것을 개인이 알아야 의미가 있겠지만. 

 

추가.

다시 생각해보니 조직 안에서 느끼는 책임감도 일종의 소속감이 아닌가 싶다. 내가 그 조직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굳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럼 나 엄청난(???)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 

...과연 소속감이란 무엇인가...

 

 

 

 

55%

선배들 말대로 막상 경험해보니 알게 된 것이 있다. 바쁜 사람은 어느 자리에 가도 바쁘고 안 바쁜 사람은 언제나 안 바쁘다는 점이다. 일이 자리를 따라가야 하는데 사람을 따라다닌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더 바쁜 자리로 옮기고, 덜 열심히 하는 사람은 덜 바쁜 자리로 옮긴다. 그러니까 어떤 자리에 앉아 어떤 일을 할지는 사람에 따라 결정되고 있었다.

 

73%

감정을 공유하려는 사회에서는 비합리적인 일이 쉽게 벌어진다. 일 잘하는 사람보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대우받고, 묵묵히 자기 일 하는 사람보다 별일 아니라도 티부터 내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일종의 회사를 위한 진심이자 희생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78%

나는 여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주변을 채우는 데 자주 실패했다. 만족스런 지금 이 순간, 상태, 환경, 의식이 얼마나 희귀하고 귀중한데 말이다. 삶은 흘러가기도 하지만, 멈춰있기도 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새롭게 경험하는 감정을 모르는 채 두고 싶지 않다. 그래서 좀 흥청망청 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어설픈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현재의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면 나는 기쁠 것이다.

 

87%

'내가 예민한 것일까? 취향이 확고하다는 건 불리하고 불편한 일일까? 서로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을 왜 비효율적이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을까?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것일까? 조직생활을 참고 견뎌내는 사람들은 나보다 강한 사람들일까? 나의 취향은 지우고 조직의 취향에 맞춰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이기적인 사람에 불과한 걸까? 여전히 이런 고민을 하는 나는 미숙한 인간일까? 나의 이런 불완전함이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진 않을까.'

 

91%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일들에는 의미가 있다.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동시에 나의 자아가 안정되어감을 체감한다.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씩 출근하는 일이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이조차 견디다 보면 하루를 차곡차곡 쌓는 데 도움이 된다. 삶의 기본은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는 방법이나 모양은 모두가 달라도 결국 산다는 것은 의식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일인지 모른다. 가끔 훅하고 치고 들어오는 정신적 아픔이나 어두운 고통도 무언가 꾸준히 하고 있는 중에는 이겨낼 힘을 찾게 된다. 매일매일 하는 무엇이란 어떤 대단한 행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늘 아무 일이라도 어제 하던 무엇을 하고 있으면 된다.

 

 

 

★ 책 같이 읽은 토끼의 후기

https://blog.naver.com/slimekyo/222436097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