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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읽기

출근길의 주문_이다혜

studioH 2020. 2. 29. 19:17

 

 

최근 한달의 시간 동안 내 미래의 방향을 조금 바꿀 결정을 내렸다. 나 자신에 대한 불안, 불신과 약간의 뻔뻔함과의 대결에서 일단 뻔뻔함의 편을 들었는데 미래의 내가 부디 현재의 나에게 고마워하게 되기를 바란다.

현실은 비록 이름모를 파충류의 군살 같을지라도 용머리나 뱀꼬리 꿈은 꿔도 되잖아요?

 

 

 

p.45

요는, 어떤 단어를 사용할 때 어떤 뉘앙스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지는 아무리 훈련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상대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일로 지적해도 사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해서 표현을 골라야 한다. 어휘력을 키운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진심이 담겨야 진정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면 유사어, 대체 가능한 표현들을 찾고 표현의 긍정적 뉘앙스, 부정적 뉘앙스와 함께 숙고해보라. 이것은 타인의 말 속 속임수를 간파할 때도 도움이 되곤 한다.

 

p.66

비판이 곧 생산적인 조언은 아니다. 특히 감정적인 말이 섞인다면 더 그렇다.

 

p.72

그냥 현실을 더 견디기 위해 대나무숲에서 소리 한 번 지르고 싶은데, 현실의 대나무숲으로 타인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끔 너무 힘든 상황이 연달아 찾아오면 그냥 하소연만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의 상담 상대가 자주 되곤 하는 나로서는, 언어라는 형태의 배설을 받아내는 기분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상대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리고 정확히 같은 얘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다. 밤이고 낮이고 연락하는 그런 사람들과는 결국 관계를 끊게 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자기에게 더 중요한 사라믈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 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나에게 가져다 버린다고밖에 볼 수 없어서다.

 

p.78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여성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소수의 여성이 여성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상황도 자주 벌어진다. 일을 엉망으로 만드는 여성 리더는 당연히 존재하는데, 그 한 사람의 과오라고 평가하지 않고 '여성 리더들'이 다 그렇다는 식의 일반화가 손쉽게 이루어진다.

 

p.79

"그 결과 기업 실적이 5개월 연속 하락한 경우 새로 지명하는 이사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는 경향성을 발견했다. 성과를 내기 힘든 위기상황에서는 많은 남성들이 이사직을 맡지 않으려 하다 보니 여성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는 여성 리더가 등장하는 상황은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달리 말해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때 주로 여성 리더가 등장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p.89

일을 할 때는 동료모드를 켭시다.

 

p.144

피드백인 척하면서 악의를 과시하는 말도 분명 존재한다. 순전히 악의로 하는 짓에도 사람들은 (당하는 사람 포함)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데, 그게 망하는 포인트다. 뭘 고치거나 개선해도 상대가 바뀌지 않는데 그것은 순전히 그가 당신의 불행을 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148

꾸준히 일하고 싶다면, 오래 일하고 싶다면, 일을 잘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은 잘하는데 걸핏하면 소리 지르고 싸우는 사람은 피곤하다. 언제나 웃으며 친근하게 얘기하지만 일 진행이 엉망인 사람은 필요 없다. 당신 자신이 맡은 일을 제때 완수하는 능력을 키우는 만큼이나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고 일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그런 사람들의 배후가 되어라.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인간관계로만 돈 버는 사람들을 판에 끼워주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p.168

다른사람들은 나보다 더 나아 보이고, 나는 언제나 불안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력이 쌓이면 쌓인 만큼 안정감이 더해지기는 커녕 불안이 더해진다.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간다는 신호처럼 보여서.

특히나, 내가 남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인간이 아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타인의 실망은 이제 곧 닥칠 위기이며, 그때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는. 가면을 쓴 사기꾼처럼 나 자신의 성공을 받아들이는 이런 경향은, 성공보다는 적당한 불운, 불행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데까지 나아갔다. 좋은 기회,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대신에, 더 안전한 자리에 있고 싶은 마음. 열심히 노력했으니 그걸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 대신에 이제 곧 나의 자격 없음이 폭로되리라는 두려움에 시달리기.

 

p.170

성공할 마음의 준비보다 실패할 마음의 준비만 열심히 한다는 점이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좋은 기회를 얻으면 나의 부족함만 드러나리라는 생각에 기회를 흘려보낼 핑계를 먼저 생각하기도 한다.

이것 하나만 명심하려고 한다. 내가 얻는 좋은 기회는 (미래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과거의 퍼포먼서의 결과다. 과거의 내가 열심히 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두려워하지 않아야 미래의 내가 더 좋은 기회를 얻으리라. 현재의 내가 누군가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면 그것은 과거의 나다. 미래의 나여, 현재의 나에게 고마워하길.

 

p.175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갖추려고 업무에서 노력하는 것은 내가 존경하는 능력자들의 가장 멋진 자질이다. 하지만 때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갖춘 것보다 못 갖춘 게 많은 시절에는 특히 그렇다.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스스로를 판단하면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될지 안 될지 모르고 덤비는 호기로움은 현실주의자들이 평생 갖지 못할 기회를,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다. 현실에 기반을 두고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돌다리를 건설하면서 돌다리 전문가가 될 수도 있지만, 허술해 보이는 다리라 해도 냅다 뛰어가다가 이전에 상상도 못 했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다리가 무너져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그곳에서.

그러니까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신체 건강함과 쉽게 지지 않는 마음, 그리고 자신감이다.

 

p.180

우리는 용의 꼬리나 뱀의 머리를 고민하지만 현실은 이름 모를 파충류의 군살 정도의 인생을 산다.

 

 

 

★ 토끼님의 후기 https://blog.naver.com/slimekyo/22243610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