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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6

사실 누군가에 대해 편견을 갖는 건 엄청나게 눈치를 보는 일이다. 한국인은 일본, 중국, 미국에 대한 민족주의적인 반감이 크기 때문에 편견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본다. 여성혐오자만큼 여성이 뭘 입고 다니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눈여겨보는 이도 없고, 동성애 혐오자만큼 남이 누구와 어떤 체위로 사랑을 나누는지 따지는 이도 없다. 편협한 집단주의의 울타리에 갇혀서 타자에 대한 편견을 양산할수록 눈치를 많이 보고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p138

나의 자유는 결국 나의 일상적 퍼포먼스가 얼마나 해방적이냐에 달렸다. 그리고 그 퍼포먼스의 의미는 나의 의도가 아닌 사회문화적 구조가 정의한다. 아무리 자유로운 행위도 특권이라면 해방적이지 못하다. 면도와 채식은 그래서 내게 일맥상통한다. 매일 아침, 하루 세 끼 벌이는 나만의 퍼포먼스가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p157

이상과 현실, 신념과 행동의 부조화를 인정할 용기가 필요하다. 절대적인 기준은 고수하되, 때에 따라 타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동물해방운동은 동물이 느끼는 고통의 총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 비건의 도덕적 숭고함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의 신념과 행동 간의 일관성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는 동물들이다.

 

p170

과학자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풀을 고기로 만드는 것은 석탄을 에너지로 만드는 것처럼 매우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가축, 특히 소가 배출하는 메탄 때문이다. 메탄은 20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84배에 이르는 열을 가둔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현재 탄소 배출량의 14.5퍼센트는 축산업에서 나온다. 모든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양을 더한 것보다 많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조지프 푸어는 지난해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비건 식단은 아마 지구에 대한 당신의 영향을 가장 크게 줄이는 단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 비행기 여행을 줄이거나 전기차를 사는 것보다 훨씬 크다."

 

p178

인간 문제도 산더미 같은데 동물당은 시기상조라고 할 수도 있다. 똑같은 논리로 기성 정치권은 여태껏 여성 문제, 성소수자 문제, 청소년 문제, 장애인 문제 등을 외면했다.

 

p182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모순을 명심하자. 전자는 국가가 국민의 말을 듣는 것이고 후자는 국민이 국가의 말을 안 듣는 것이다. 둘은 엄연히 다르고 충돌한다. 자유민주주의란 둘의 균형을 잡는 과정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공히 민주주의 모범국이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주의적 문화를 가져본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선진적인 방역 정책에 협조하되, 코로나 이후 되찾을 자유, 쟁취할 자유를 끝없이 갈망해야 할 것이다.

 

 

 

 

 

읽은 날: 2022. 01. 03.

 

 

도서관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이책 저책 뽑아보다가 충동적으로 빌렸다.

 

자유에 대한 신념을 자신에서 타인 그리고 이젠 다른 종까지 확대하여 지켜나가는 모습이 멋있달까..? ㅎㅎ

비거니즘 에세이도 썼던데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