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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5

하늘이 낸 것 같은 천재도 성공의 절정에서 세상의 인정이나 갈채를 한 몸에 받는다 해도 그 성취감은 순간이고 그 과정은 길고 고됩니다. 인생도 등산이나 마찬가지로 오르막길은 길고, 절정의 입지는 좁고 누리는 시간도 순간적이니까요. 이왕이면 과정도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은 결국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 게 아닙니다.

 

p149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사랑이 없는 곳에 평화가 있다는 건 억지밖에 안 되리라. 숨결이 없는 곳에 생명이 있다면 억지인 것처럼.

 

p175

큰딸도 좋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결혼했다. 그 직장에선 결혼한 여자는 사직해야 된다는 야만적인 규칙 같은 건 없었지만 임신하고 출산이 임박하자 사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누가 기르느냐가 문제였다. 시댁은 시골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 아니면 길러줄 사람이 없었다. 

딸의 일을 위해서 내 일을 희생하느냐 마느냐로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가정을 가진 여자가 일을 갖기 위해서 딴 여자를 하나 희생시켜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느낌은 매우 맥 빠지고 낭패스러운 것이었다. 결국 나는 나의 일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여자는 뭐니뭐니 해도 가정을 잘 지키고 아이 잘 기르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쪽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나와 나의 어머니의 딸에 대한 모순된 생각은 매우 비슷하다. 그렇지만 나의 어머니와 내가 딸을 기르는 가르침에 있어서 똑같은 헛수고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신의 삶을 통해 체험한 여자이기에 감수해야 했던 온갖 억울한 차별 대우를 딸에게만은 물려주지 않으려는 어머니들의 진지한 노력과 간절한 소망에 의해 여성들의 지위가 더디지만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p188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p229

때로는 나에게 죽음도 희망이 되는 것은 희망이 없이는 살아 있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모임: 2022. 0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