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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읽기

상상하지 말라_송길영

studioH 2022. 2. 22. 16:24

 

 

p61

'함께 모여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는' 본래 의미로서의 상식을 계속 현재 시제로 유지하려면, 상상하지 말고 관찰해야 한다.

 

p95

그러나 정보는 채워져도 경험은 채워질 수 없어서, 책을 아무리 읽어도 실전은 또 다른 문제다.

 

p176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어떤 힌트를 얻는지는 관찰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더욱이 인간의 내면에는 하나의 자아가 아니라 N개의 자아가 있다. 어느 남성은 남편이자 아이 아빠이고, 회사의 직원이며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하다. 어떤 여성은 다이어트를 위해 끼니를 거르다가, 다음 날에는 친구들과 피맥 파티를 한다. 따라서 한 명을 한 가지로 분류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상황마다 다르게 분류해야 한다. 그 N개의 자아를 건드릴 때 사람들의 욕망을 정확히 끌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N개의 자아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맥락이다. 맥락은 주체와 객채와 환경의 합이다. 맥락을 알 수 있으면 현상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고, 유의미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p183

기업의 궁극적 고민은 소비자들이 경쟁사 말고 우리 회사를 선택할 것인가에 있기 때문에, 고민을 시작할 때에도 소비자가 어느 회사를 이용할지를 먼저 선택하는 상황을 암암리에 가정한다. 그래서 경쟁사보다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서비스를 고민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서비스를 찾아 들어오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찾아 들어온다. 단적으로 말해 TV 앱을 먼저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이름으로 검색해서 그것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찾아 들어오는 것이다. 정말 보고 싶은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유료 앱도 마다하지 않는다.

 

p188

물성은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에 부여하는 의미, 즉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깊이 보아야 한다. 그때부터 답이 보인다. 같은 마케터라도 누구는 기능을 말하고, 누구는 제품을 말하고, 누구는 소비자를 말한다. 이 와중에 소비자도 아닌 인간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생각의 지평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p192

자기만의 프레임에 갇힌 생각이나 한물간 통념을 '상식'이라 부르는 것은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상식 수준의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변화하는 상식을 계속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흔히 '전문성'이라고 쓰고 '감'이라 읽는 그 능력 말이다.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면 '통찰력'이라 할 수 있겠다. 전문성 혹은 통찰력이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p199

정보는 많고 수단도 충분하다. 우리는 그저 많이 관찰하고, 많이 읽고, 많이 고민하면 된다.

 

p209

이처럼 각종 통계와 사회현상은 견고하든 헐겁든 다 연결돼 있다. 인과관계를 이해하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 알 수 있다. 10월에 이혼하기 싫으면 추석 때 문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p213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객관화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내가 '당신 어머니는 말야'라고 험담하는 말이 불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시야를 높여 조감하듯 바라보면 그 사람도 피해자다. 아내도 한국 문화와 관습의 피해자로서 일시적으로 폭발하는 것이니,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내를 안아주는 것이 현명하리라. 이렇게 객관화해보면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상대방에게 연민이 생기고 공감할 수 있다.

 

p223

인간의 존엄은 쓸모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우리가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공감하기 때문이지 동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상대방이 경쟁력이나 재물이 부족해서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이기에 공명하는 것이다.

 

p232

따지고 보면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10년의 세월을 오롯이 보내야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짧은 시간에 얻어낸 기술이나 노하우는 결코 전문성이라 부를 수 없다는 뜻. 하나하나 손으로 해내고 많은 일을 겪어내며 고민하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더 깊은 의미가 담긴 더 높은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고, 똑똑한 대중은 그 결과를 체험하고 감탄한다. 결국 대중은 우리가 보낸 시간과 고민의 총량에 비례하여 사랑을 되돌려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p254

예전에 오른손을 '바른손'이라 하던 관행은 왼손이 바르지 못함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무심코 말하는 '우리와 틀려'라는 말은 '우리와 달라'라는 말을 잘못 표현한 것을 넘어 '다름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은연중 내비친다.

그러나 현실에 정답이 단 하나만 있는 상황은 많지 않으며, 더욱이 옳고 그른 것은 맥락과 입장을 제거하고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많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것이 '내 말을 들어(=내 것을 사)'라는 강요는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고객을 가르치는 회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p261

사람들을 배려하기 전에,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바라보는 것부터 연습해야 한다. 또 우리 제품이 모든 고민을 다 없애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것만큼은 할게'라고 작게 접근하는 것도 겸손의 자세가 될 수 있다. 경쟁자를 경쟁자로만 보지 말고 '저들은 저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나는 이것을 하겠다'고 내 역할을 인정하는 것 또한.

 

p269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말한다 해도 듣는 사람이 잔소리로 인식한다면 그것은 폭력이 된다. 좋은 의도라 해도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면 결코좋은 의도였다고 변명할 수 없다.

 

p270

섣부른 상상과 섣부른 관찰과 섣부른 배려는 선한 엇갈림을 낳는다. 상대가 생각을 갖고 있고, 그 생각이 나보다 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책모임: 2022.02.13.

 

 

처음부터 충격적이었다 ㅎ 미국의 범죄율이 1990년대에 갑자기 확 꺾여서 줄어들게 된 원인이 1973년의 낙태 합법화라는 사실..!

'범죄율이 갑자기 줄어들었다'는 사실만 놓고 추측했을 때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고 실제로도 미국사회에서 처음 내놓은 가설은 '실업률 감소' 또는 '총기 취득 규정 강화', '노령인구 증가' 등이었다고 한다. 

 

음,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고 맥락을 파악하자!

많이 관찰하고, 많이 읽고, 많이 고민할 것.

그리고 '사람'을 생각할 것.

 

일을 하다 보면 그냥 일 자체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러다보면 목적을 잃게 되는 것 같다. 눈 뜨면 출근하고, 출근하면 점심 먹고, 점심 먹으면 퇴근하고의 반복인 삶.

이 일을 했을때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무엇이 바뀌는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끝은 항상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반대로 '사람'을 생각하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겠지. 그것을 찾아서 하다 보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돈도 벌게 되는 일이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재미와 보람과 돈은 내가 일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