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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

하지만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소화하는 일이라도 내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힘든 겁니다. 내가 실감하는 감정에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누가 더 힘든지 따지는 일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p100

'나는 옳다'고 믿고 싶은 마음. 누구도 응원해준 적 없던 은거 생활을 하는 저로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음이 약해질 때는 옳음이라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마치 나를 보강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러나 옳음을 증명하려고 틀린 뭔가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반대로 나의 옳음을 위해 언제나 틀림을 찾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은거 생활처럼 적게 벌고 작게 사는 삶에 '옳음'을 추구한다면 결국 그 반대쪽에 자리한 많이 일하고 많이 소비하는 것이 당연한 경제지상주의를 '틀렸다'며 적대시하고 대립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주 5일 9시부터 6시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틀렸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죠.

 

p101

내가 옳다는 것은 얼핏 쾌적해 보이지만 사실은 끝없는 고통의 시작일 뿐입니다.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고 행복한 생활에서 멀어질 뿐입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와 비교해서 이렇고 저렇고가 아닙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쾌적하다고 느끼는 생활입니다.

내 삶이 옳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서 옳아야 하는지 생각할수록 혼란스러워집니다. 내가 은거한다는 사실은 나만 알고 있어도 충분합니다. 그 이상 옳을 필요가 없습니다. 은거 생활이 누군가의 삶보다 훌륭하다고도 열등하다고도 여기지 않습니다. 은거 생활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렇게 살면 제가 참 편합니다.

 

p233

우리는 우리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뿐이죠. 괜찮지 않나요? 나는 그저 '인생이 이렇게 힘든 건 이상하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읽은 날: 2023. 01. 09. ~ 2023. 01. 14.

 

 

살다 보면 역시 돈은 많을 수록 좋은 것 같고,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지고 있는 돈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라'는 말에도 공감하는 편이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갖지 못한 돈에 대해 배아파 하거나 분해 하거나 혹은 억울해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가진 것 안에서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사고 싶은 것 살 수 있으니 괜찮다. 

 

한참 수입이 적던 어떤 시절에는 '적게 벌어도 적게 쓰고 그냥 적당히 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굳이 많은 돈을 가지려고 애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스스로를 위한 비겁한 합리화라는 걸 깨닫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쓰는 내가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이후 뭔가 해서 지금은 수입이 많은가 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아마 또래 평균수입보다 여전히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달까. 필요하다면 더 많은 돈을 가지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그게 싫다면 현재 가진 것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 지금 내 몸과 마음이 힘들지 않으면 된다.

 

나는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 속하기 때문에, 아직은 이 정도로 일하면서 이 정도의 벌이로 이 정도의 삶을 사는 걸로 충분하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남은 삶이 내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아서, 언제까지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까 이제 좀 더 벌어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것 정도일까. 그래서 요즘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가급적 일하지 않고' 오래 살려면, 그나마 아직 젊을 때 가능한 많이 벌어두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