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가족으로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나라면 감당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어린시절의 환경이란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같은 환경에서 모두 같은 모습으로 자라나는 것도 아니니 그 탓만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마음이 복잡해지는 책이었습니다. 이 분 부디 무사히 남은 생을 즐기며 살 수 있게 되기를. p437 "아스트리드, 환자분께선 지금 인생의 기로에 서 계세요. 종아리 때문에 특정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그긴장 때문에 고통이 유발되는 거예요. 어쩌면 전혀 다른 길을 가시는 게 맞을 수도 있어요." 이 사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이 사람이 내가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 리가 없다, 안 그런가? "무슨 뜻이죠?" 내가 물었다. "환자분의 삶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
최근 한달의 시간 동안 내 미래의 방향을 조금 바꿀 결정을 내렸다. 나 자신에 대한 불안, 불신과 약간의 뻔뻔함과의 대결에서 일단 뻔뻔함의 편을 들었는데 미래의 내가 부디 현재의 나에게 고마워하게 되기를 바란다. 현실은 비록 이름모를 파충류의 군살 같을지라도 용머리나 뱀꼬리 꿈은 꿔도 되잖아요? p.45 요는, 어떤 단어를 사용할 때 어떤 뉘앙스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지는 아무리 훈련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상대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일로 지적해도 사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해서 표현을 골라야 한다. 어휘력을 키운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진심이 담겨야 진정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면 유사어, 대체..
p.64 "코드를 좀 멀리서 보면 어때요?" 케빈이 말없이 나를 올려다봤다. "자기가 짠 코드랑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덧붙였다. "버그는, 그냥 버그죠. 버그가 케빈을 갉아먹는 건 아니니까." p.231 아주 오래전에 저곳에 엽서가 붙어 있었다는 걸, 테이프 위의 얇은 종이 찌꺼기가 말해주었다. 아무렇게나 찢겨 남겨진 종이는 때가 타서 새카매졌고 테이프는 접착력이 거의 다해 너덜거렸지만, 어쨌든 여태 그곳에 붙어있었다. 나는 테이프 위에 남은 꼬질꼬질한 종이의 흔적을 한참 동안 노려보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후회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애써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 어딘가에 끈질기게 들러..
돈에 대한 책은 거의 처음 사 본 듯. 나에게 돈이 얼마냐 있냐 하면 거의 없다고 하겠지만(가난뱅이), 살면서 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이 평도 좋고 그래서 읽어봤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에게 별로 좋은 책은 아님.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지름길은 없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하라'인 것 같고, 그 점은 돈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태도로 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봅니다. 운빨이라는거 있거든요. 금수저는 조상님의 희생과 노력이라고 하셨는데 여튼 금수저 입장에서 그건 그냥 운이죠. 태어나보니 금수저네? 그리고 에필로그요.. 일침 날리는 것처럼 쓰셨는데요 무척 재수없게 들립니다. 물론 공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태..
근래 많이 듣게 된 말 중에 하나가 정치적 올바름, 피씨함이었는데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정치적 올바름은 과연 진보라고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미국사람, 영국사람, 캐나다사람 4명이 토론함)을 옮긴 것인데, 좀 어렵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로웠고 재미있게 읽었다.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 있음. 다만 이 토론에 대해 아쉬웠던 점은, '정치적 올바름은 과연 진보라고 할 수 있는가?'가 주제였는데 '정치적 올바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으로 끝난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주제를 계속 상기시키며 토론의 흐름을 원래 주제로 돌리고자 노력하신 스티픈 브라이 옹께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7% 정치적 올바름의 목적이 '다양성'을 기리기 위함이라..
막연하게 느끼고는 있었으나 표현할 바를 몰랐던, 차별과 불평등에서 오는 불편한 기분이 설명이 되는 것 같다. 종이책을 사서 공부하면서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묵혔다가 4개월이 지나부렀서... 근데 밑줄을 너무 많이 친 듯. 4% 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 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4% 말을 한 당사자에게 이런 표현이 듣는 사람에게는 모욕적일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면 그는 어떻게 반응할..
어떤 조직에 들어간다는 것은, 내가 조직에 맞추는 것뿐 아니라 조직도 나에게 맞추는 것이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그렇듯이 개인과 조직의 관계도 쌍방의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개인에 비해 조직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사실은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조직 앞에 개인은 무력하기 쉽지만, 그 덩치를 생각해 보면 쉽게 바뀌는 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혼란과 혼돈의 도가니가 되겠지. 소속감 (所屬感) [소ː속깜] [명사]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 *네이버 국어사전 사전에는 참 쉽게 설명이 되어있는데, 생각을 하다 보니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라는 것이 참 모호한 것 같다. 내가 어떤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소속감이 있어서인가, 없..
언젠가 '디저트를 좋아하여 디저트를 찾아다니며 먹는 모임을 만든 남자 어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다. 누군가 발췌해 놓은 그 부분만 읽어서 이런 엄숙한 제목을 가진 책을 쓰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는데. 편견이란... 하지만 책을 읽는 중 많은 시간을 웃느라 정신이 없었고, 에필로그를 읽으며 "미쳤나봐"를 연발하고 나니 '과연 만화책을 좋아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러 다니며, 미술관까지 섭렵하는 남자 어른이구나' 싶었다. 역시 편견이란.. 죽음은 예상치 못하는 순간에 온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결심한 것은 할 수 있을 때 하고 볼 수 있을 때 보자는 것이다. 특히 사람 사이의 일에서는 되도록이면 미루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밤이 늦어서, 할 일이 있어서, 귀찮아서 다음에 보자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