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9 하지만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소화하는 일이라도 내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힘든 겁니다. 내가 실감하는 감정에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누가 더 힘든지 따지는 일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p100 '나는 옳다'고 믿고 싶은 마음. 누구도 응원해준 적 없던 은거 생활을 하는 저로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음이 약해질 때는 옳음이라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마치 나를 보강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러나 옳음을 증명하려고 틀린 뭔가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반대로 나의 옳음을 위해 언제나 틀림을 찾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은거 생활처럼 적게 벌고 작게..
p11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말하는 사람의 심정과 처지에서 듣는 것이다. 듣고 나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아 해주고, 그것을 생색내지 않는 것이다. p11 나도 아들의 말을 그렇게 들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들어주기보다는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아들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기 일쑤다. 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비의 마음이라 여기지만, 사실 내 입장이다. p27 남의 고통과 어려움을 대신할 수 없듯이, 위로도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다. 자기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자기 안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타인은 다만 그것을 도울 뿐이다. p31 회사 다닐 적 '헬리콥터 뷰'를 가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회장이나..
p18 "언니, 결혼생활은 어때요?" "굴욕적이야." 친한 후배가 물어왔을 때 그렇게 대답한 열다섯번째 여자는 놀라고 말았다. 반사적인 대답일 뿐이었는데 그 대답을 곱씹으니 불명확했던 감정들이 갑자기 명확해졌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기본적으로 잔잔하게 굴욕적이야. 내 시간, 내 에너지, 내 결정을 아무도 존중해주지 않아. 인생의 소유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간 기분이야." "하지만 형부가 잘해주잖아요? 좋아 보였는데." "남편이 문제가 아니야. 내가 제도에 숙이고 들어간 거야. 그리고 그걸 귀신같이 깨달은 한국사회는 나에게 당위로 말하기 시작했지." "당위로요?" "응. 갑자기 모두가 나에게 '해야 한다'로 끝나는 말들을 해. 성인이 되고 나서 그런 말 듣지 않은 지 오래되었는데 대뜸 다시..
p61 '함께 모여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는' 본래 의미로서의 상식을 계속 현재 시제로 유지하려면, 상상하지 말고 관찰해야 한다. p95 그러나 정보는 채워져도 경험은 채워질 수 없어서, 책을 아무리 읽어도 실전은 또 다른 문제다. p176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어떤 힌트를 얻는지는 관찰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더욱이 인간의 내면에는 하나의 자아가 아니라 N개의 자아가 있다. 어느 남성은 남편이자 아이 아빠이고, 회사의 직원이며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하다. 어떤 여성은 다이어트를 위해 끼니를 거르다가, 다음 날에는 친구들과 피맥 파티를 한다. 따라서 한 명을 한 가지로 분류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상황마다 다르게 분류해야 한다. 그 N개의 자아를 건드릴 때 사람들의 욕망을 정확히 끌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p14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운명론이거나 정해진 결과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것을 선호하고, 그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모둠살이가 숙명인 인간종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원하는 지점, 각자의 욕망이 합의되는 지점, 바로 그곳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p15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모두에게 균등하게 온 것은 아니다." (...) 아직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다른 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면,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나게 돼 있습니다. p78 기억해야 할 변화의 상수 3가지: 당신은 혼자 삽니다. 당신은 오래 삽니다. 당신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삽니다. p100 시스템이 바뀌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같은 변화 앞에서도 사람마다 수용성이 다릅니다. 서로..
p125 하늘이 낸 것 같은 천재도 성공의 절정에서 세상의 인정이나 갈채를 한 몸에 받는다 해도 그 성취감은 순간이고 그 과정은 길고 고됩니다. 인생도 등산이나 마찬가지로 오르막길은 길고, 절정의 입지는 좁고 누리는 시간도 순간적이니까요. 이왕이면 과정도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은 결국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 게 아닙니다. p149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사랑이 없는 곳에 평화가 있다는 건 억지밖에 안 되리라. 숨결이 없는 곳에 생명이 있다면 억지인 것처럼. p175 큰딸도 좋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결혼했다. 그 직장에선 결혼한 여자는 사직해야 된다는 야만적인 규칙 같은 건 없었지만 임신하고 출산이 임박하자 사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누가 기르느냐가 문제였다. 시댁은 시골이고 아무..
다나카타츠야의 다시 보는 세상 MPX GALLERY 2022. 01. 23. with 토끼 인스타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구경하던 작가인데 서울에서도 전시를 한다길래 두근두근 다녀왔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물건들ㅡ설거지용 스펀지나 구두솔, 테니스공, 나사, 단추, 마스크 등등ㅡ에서 어떻게 그런 걸 떠올릴 수 있는지 인스타에서 볼 때도 계속 감탄하면서 봤는데, 실물로 보니까 뭔가 더 재밌고 신기하고. 정말 대단한 관찰력과 창의력이 아닌가! 그리고 제목이 말장난의 대향연 ㅋㅋㅋㅋ 음 지금 기억나는 건 빵으로 만든 신칸센 -> 신빵센 정도지만 ㅡㅡ.. 아재개그의 1인자이실듯.. 밥먹고 그것만 생각하십니까...싶은? 좋은 전시였습니다(급마무리)
p195 사실이라는 것은 기억하지 못해도 존재할 수 있다.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면서 자기는 끝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한테 죄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니 순진하여 좋기는 하나, 남에게 폐를 끼친 사실은 아무리 순진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p233 그들 중 어떤 이는 때때로 나를 보며 고양이 팔자가 아주 편하겠다고 말하지만, 편한 게 좋다면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는가. 바쁘게 살라고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다. 제멋대로 소화하지 못할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괴롭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불을 확확 피워놓고 덥다고 하는 것과 같다. p296 먼 옛날에 자연은 인간을 평등하게 제조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므로 어떤 인간이라도 태어날 때는 반드시 벌거숭이다. 만약 인간의 본성이 평등에 만족한다면 그..